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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경제/금융

[펌] 맥쿼리 은행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2. 25. 21:00

'남과 같은 길을 가지 않는다.'오스트레일리아의 맥쿼리은행(Macquarie Bank)은 세계 투자은행(IBㆍInvestment Bank) 시장에서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다. 호주 내에서 내로라하는 리딩뱅크도 아니다. 호주에서는 모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Wholesale Bank)으로 통한다. 하지만 세계 무대로 나오면 맥쿼리는 달라진다. 수많은 IB 플레이어 중 하나가 아니라 IB산업에서도 '인프라 투자'라는 고유의 투자전략을 개발해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 자신만의 모델을 찾은 'IB 중의 IB'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IB 분야에서 '맥쿼리=SOC펀드의 선두주자'라는 공식이 굳혀져가고 있는 것. 맥쿼리가 상륙하면 그 나라 부동산의 주요 거점이나 기간산업은 이내 짭짤한 투자대상이 돼버리는 경지에까지 올라서 있다. '2등은 없다'는 인식, IB시장에서도 '남들과 같은 길을 가서는 그들을 앞지를 수 없다'는 인식이 맥쿼리 세계 경영전략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골드먼삭스, 모건스탠리 등 선진 IB시장을 쫓는 데 여념이 없는 국내 증권사에 맥쿼리의 전략은 한국 IB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다.

 

◆IB,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라=호주 시드니의 중심지 마틴 플레이스 1번가. 맥쿼리은행은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금융기관의 틈새를 비집고 마틴 플레이스에 둥지를 틀고 있다. 시드니항구를 향해 탁 트인 정경을 바라다보는 자리에 위치, 호주와 세계 시장을 넘나드는 맥쿼리의 전략을 연상케 한다.

맥쿼리는 사업부를 독자적인 6개의 그룹으로 분류해 두고 있다. 투자은행 그룹을 필두로 금융재무자문그룹, 은행 및 자산관리그룹, 펀드매니지먼트그룹, 에쿼티(Equity)마켓그룹, 파생상품그룹 등 6개의 큼직한 그룹이 움직이고 있는 것. 특히 리스크관리 파트가 독립적인 체계로 이들 사업부문을 관리하며 신규 사업 승인, 시장 상황 변화 체크 등을 담당, 각 분야의 리스크 발생을 사전에 차단해주고 있다.

사업부문은 철저하게 6개 분야로 나뉘어져 있지만 수익구조로보면 맥쿼리의 무게중심은 확연히 IB 분야에 쏠린다. 지난해 상반기(4~9월) 맥쿼리은행의 실적을 기준으로 할 경우 M&A, 주식ㆍ채권인수업무, 브로커리지, 금융상품 등 투자은행 분야가 전체의 29%를 차지하고 있고 웰스매니지먼트가 34%를 차지했던 것. 은행 내부계정 분류상 웰스매니지먼트 수익 중 인프라펀드가 기업금융 부문의 수익으로 계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은행그룹의 수익은 전체 수익의 절반을 넘어서는 58%에 달한다. 이 밖에 외환, 파생상품 등 금융시장 부문의 수익은 23%, 여신 분야는 14%에 달하는 수준이다.

맥쿼리은행 전체 순이익 및 그 증가세도 눈여겨볼 만하다. 세후순이익을 기준으로 2003년 상반기 중 2억5800만달러(호주달러 기준)의 실적을 올린 것. 2002년 하반기(1억6600만달러)와 상반기(1억9800만달러)에 비해 각기 55.4%, 30.3%씩 증가한 수익을 달성했다.

맥쿼리의 활동 및 전략은 국내 사업부문뿐 아니라 세계무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전세계 18개국에 거점을 두고 5000여명의 직원을 파견해둔 맥쿼리의 세계 시장 전략 자체가 남다르기 때문이다. 매튜 러셀 홍보담당자는 "국내에서 토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해외에서는 특화된 펀드, 즉 항공 도로 등 국가의 기간산업 건설과 주요 부동산 물건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등 국내와 해외 시장에서의 성장전략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해외 부문의 수익창출 속도도 눈에 띈다. 올해 상반기 중 해외 부문 수익은 전분기 대비 61% 증가했고 지난해 하반기에도 전분기 대비 64%의 성장세를 보인 바 있다. 이에 대해 워윅 스미스 커뮤니케이션 담당 본부장 겸 선임이사는 "해외 부문의 수익비중은 2003년 상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반기마다 22%-28%-32%의 성장률을 보일 만큼 괄목할 만한 성장속도를 자랑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사업부문의 탄탄한 근간과 국제시장에서의 남다른 전략이 맥쿼리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스페셜리스트펀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특화된 펀드를 키워라.' 맥쿼리의 세계 시장 성장동력 및 펀드 부문 전략은 스페셜리스트펀드에서 나온다. 인프라펀드로도 통하는 이 펀드는 세계 각국의 도로, 공항, 커뮤니케이션 인프라, 부동산 등의 신규 건설에서 투자수익을 낸 뒤 투자자들에게 배분하는 신개념 펀드다. 1996년 맥쿼리은행이 최초로 맥쿼리인프라스트럭처그룹(MIG)을 출범, 국내외 인프라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선보이면서 IB시장에서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역사는 8년여 정도로 길지 않지만 MIG 산하에 지난해 모인 자금은 6월 말 기준으로 총 104억달러에 달한다. 스페셜리스트펀드 전체적으로는 총 232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모여 있다.

펀드의 종류도 다양하다. 맥쿼리공항펀드(MAP), 커뮤니케이션 인프라펀드(MCG) 등이 현재 운용 중인 것. 이들 펀드의 경우 각기 시장 규모가 17억1000만달러, 4억8400만달러에 이른다. 인프라스트럭처펀드는 63억달러 규모를 자랑한다. 이 밖에 전국적인 신탁펀드(MCW), 맥쿼리 레저펀드(MLE) 등 분야와 종류를 망라한 각종 펀드도 운용 중이다.

투자방식은 간단하면서도 날카로움을 자랑한다.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300명의 부동산 관련 전문인력이 인프라 건설 및 부동산시장을 파악, 투자할 물건을 선별한 뒤 직접 펀드구성에 착수합니다. 그 뒤 자금이 모집되면 공사에 펀딩을 하고 창출되는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입니다." 맥쿼리 측이 설명한 투자방식은 간단명료했다. 직접 펀드 조성에 나서거나 투자자들을 모으는 두 가지 방법으로 이뤄진다는 것. 도로나 터널의 경우 건설 이후 통행료 등 발생하는 수입을 배당하는 방식도 사용된다.

다만 맥쿼리 측은 △돈이 되는 물건을 선별하는 눈 △자금모집 능력 등 고도의 기술 및 경험이 필요하다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선택된 비즈니스 영역 및 지역을 면밀히 조사, 선별한 뒤 확실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노린다는 것. 먹잇감을 낚아채기 위해 한참 동안 공중을 맴돌다 정확한 공격 능력을 보이는 매처럼 투자지역 및 물건 선별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다.

현재까지 투자했던 펀드규모만도 굵직굵직하다. 인프라 펀드 중 지난해 캐나다와 공동으로 추진했던 전력구축사업 자산파트너십의 경우 규모가 2억8500만달러에 달했고 한국 도로 공사펀드로 유입된 펀드자금도 4억6500만달러에 달했던 것. 이 밖에 MIG에 속한 공사는 토론토 407번 고속도로, 샌디에이고 SR125, 영국 내 도로공사 등 8개국 26개 도로를 포함해 펀드규모가 63억달러에 이른다. 공항 관련 펀드는 브리스톨, 버밍햄, 시드니, 로마공항 등 총 17억1000만달러, 호주 방송국 건설공사에 투자하는 커뮤니케이션 인프라 관련 펀드는 4억84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이루고 있다.

수익률 증가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시드니공항의 경우 수익 증가율이 10.5%에 달하고 있고 로마, 버밍햄, 브리스톨도 각기 6%, 4%, 12%씩 증가한 것. 워윅 본부장은 돈이 되는 시장을 예리한 눈으로 발굴, 급성장하고 있는 맥쿼리의 스페셜리스트펀드에 대해 "세계 IB시장에서 SOC펀드와 관련, 시장진출의 드라이브를 거는 데 경영모델로 자리잡고 있다"며 "맥쿼리의 경험과 전문성은 세계 유수의 IB를 압도하는 경쟁력이 되고 있고 주주들에게 그만큼의 수익을 돌려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드니=서은정 기자(thankyou@heraldm.com)

[인프라스트럭처펀드란…]

민간자금 모아 SOC 투자

증시 상장땐 안전판 역할

맥쿼리은행의 세계무대 진출의 원동력이 되고 있는 인프라스트럭처펀드(Infrastructure and Specialised Funds)란 국내에서는 사회간접자본(SOC) 펀드로 통한다.

기관이나 개인투자자들로부터 모은 돈으로 도로나 터널, 항만 등 대규모 기간시설을 건설한 뒤 도로 통행료 등의 수입이 생기면 배당을 받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건설 이후 발생하는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것. 이 펀드의 경우 정부 재정만으로 막대한 SOC 건설의 투자 재원을 마련할 수 없는 경우 민간의 돈을 끌어들이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 특히 투자자 입장에서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까지 떨어진 저금리 시대에 채권보다 수익이 높고 주식보다 안정성이 높은 투자수단으로 떠오를 수 있다. 실제 인프라스트럭처펀드가 활성화한 호주의 경우 일반 펀드의 수익률은 평균적으로 연 10~15% 선에 달한다. 투자기간이 긴 만큼 연금 형태의 투자처로 부상할 수도 있다.

SOC펀드는 증시에 상장될 경우 안전판 역할을 담당할 수도 있다. 기간산업에 투자, 수익이 발생하는 만큼 채권이나 증시에 비해 경기민감도가 떨어져 시장 충격이나 금융시장의 요동을 완화시켜줄 수 있는 것. 국내에서는 올해 초 맥쿼리은행 외 5개 기관투자가가 참여해 자본금 763억원으로 설립한 '맥쿼리센트럴오피스 CR리츠'가 대표적. 이 리츠가 투자한 극동빌딩의 운용이익을 6개월마다 배당하는 방식이다.

SOC펀드도 물론 리스크가 있다. 기간산업인 만큼 정책리스크가 복병으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권이 교체, 사업 계약 내용이 바뀌거나 민간 시민단체들이 반발, 투자사업이 중단되는 등 암초에 부딪힐 경우 큰 손해가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수요 예측이 빗나갈 경우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금리가 상승해 공항, 도로, 항만 등 사회 인프라 건설을 담당하는 회사의 금융비용이 증가할 경우 SOC펀드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수익(배당금)이 그 만큼 줄어들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투자 지역 및 시장을 꿰뚫어보는 수요 예측이 필요한 것이다.

[시드니=서은정 기자(thankyou@heraldm.com)]
 

[선임이사 워윅 스미스가 말하는 '성공 키워드'는]

"틈새시장 치밀 분석ㆍ과감 공략 주효"

"맥쿼리은행의 성공 키워드는 세계 시장에서 과감한 틈새시장 공략과 공략 시장에 대한 주도면밀한 분석이었습니다." 맥쿼리은행의 워윅 스미스 커뮤니케이션 담당 본부장 겸 선임이사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선택한 전략이 주효했다며 맥쿼리의 성공전략을 설명했다. 인프라펀드 분야에서 맥쿼리만의 독점적인 위치를 확보했던 것이 성공의 키워드였다는 설명이다. 선진 IB시장이 장악한 시장에 너나할 것 없이 뛰어드는 세계의 IB와 달리 맥쿼리만이 생각하고 개척한 시장을 확보한 것이 맥쿼리의 최대 경쟁력이 었다는 것. 워윅 선임이사는 "인프라스트럭처펀드라 하면 맥쿼리라는 브랜드를 떠올릴 수 있도록 장기적인 전략을 세운 것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스미스 이사는 이와 함께 '전략적 제휴'라는 또 하나의 성공 키워드도 제시했다. 은행으로서 특화된 분야인 자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의 기간산업, 인프라 구축 진행사항 및 수익창출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해야 하는 만큼 현지 조사가 필수였던 맥쿼리에 전략적 제휴는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것. 맥쿼리는 이러한 이유에서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국가에 정통한 현지 금융기관 및 전문가들을 시장진출 이전에 확보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스미스 이사는 이에 대해 "맥쿼리는 미국 캐나다 영국부터 시작해 홍콩 중국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타이완까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25개 기관과 전략적 제휴를 맺거나 합작법인을 설립한 상태"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국민ㆍ신한은행을 비롯해 우리금융과 제휴를 맺어 놓았다. 사회간접자본과 관련해서는 합작법인인 신한맥쿼리금융자문을 통해서, 파생상품 판매는 국민은행과 제휴를 통해 관련사업을 추진 중인 것. 맥쿼리는 이 밖에 IMM자산운용과도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스미스 이사는 "시장을 모른다면 현지에 정통한 전문가 확보만이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줄이는 길이라는 맥쿼리의 지론이 해외 시장의 성공적 진출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시드니=서은정 기자(thankyou@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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