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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에 진단서 남발한 호주의사 '눈총'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11. 3. 09:00
 

  호주 시드니의 한 대학에 재학중인 유학생들이 과제물 제출기한 연장이나 시험연기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5년여 동안 무려 500여건의 진단서를 남발한 의사가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최근 호주언론에 따르면 일반의(GP) 히샴 살렘 씨는 지난 2001년부터 센트럴 퀸슬랜드대학 시드니 분교 재학생들이 시험을 연기하거나 성적을 재평가받기 위해 사용한 진단서 523건을 발급했으며 이중 거의 300건은 최근 2년 사이에 발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살렘 씨는 또 학생의 과제물 제출기한 연장 목적으로 사용된 진단서를 지난 2005년 이후 15건 발급했는데 이는 이 분교 학생들을 상대하는 다른 의사들의 평균 진단서 발급건수보다  5배 많은 것. 

 

  이 대학의 시드니 분교는 주로 외국인 유학생들을 겨냥해 설치된 캠퍼스로 현재 약 5천명의 각국 유학생이 등록돼 있는 것으로 웹사이트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시드니 남부 킹스포드 지역에서 개업하고 있는 이 의사는 NSW대학은 물론, 시드니대학과 맥콰리 대학 학생들에게도 진단서를 발급해 주고 있는데 대학 관계자들은 살렘 씨가 터무니없이 많은 진단서를 발급하는 의사로 주목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살렘 씨는 그 동안 센트럴 퀸슬랜드대학 재학생들에게 긴장성 두통, 발진, 스트레스, 우울증, 치성농양(치아에 농이 쌓이는 병), 바이러스, 요로감염 등의 이유로 진단서를 발급해 왔다.

 

  살렘 씨는 그러나 언론사가 정보자유법에 근거해 입수한 진단서 발급건수 자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일부 진단서의 경우 학생들이 자기 서명을 위조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경우에 따라 대학 관계자로부터 시험기간 중 학생들이 제출한 의사진단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해 줄 것을 요청받기도 한다면서 “생리통이나 긴장성 두통처럼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늘 있다. 몸살이나 감기 같은 것은 진단이 쉽지만 생리통 같은 것은 때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센트럴 퀸슬랜드대학 시드니 분교 맞은편에서 개업중인 의사 도미니크 박 씨는 시험 때가 되면 건강문제를 하소연하는 학생들을 자주 볼 수 있다며 “대개 접수창구에서 (그러한 학생들을) 가려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생들이 진단서만 요청하면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말하는데, 어떤 학생들은 불쑥 나타나서  ‘그저 진단서를 떼러 왔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한편 맥콰리대학 통계학과 교수이자 ‘시험 부정: 세계 최고의 거짓말과 변명들’이라는 책의 저자인 존 크라우처 교수는 진단서의 진위 여부가 대학들로서는 민감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학교 바로 맞은편에 살면서도 만성설사가 있다는 핑계로 진단서를 받으러 수마일 떨어진 병원을 찾는 학생들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또 때로는 학생들이 진단서를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면서 단지 시험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에만 교수에게 제출하기도 한다며 “그들 중 일부는 ‘문제지를 보니 아픈 것 같다’고 말하곤 한다”고 밝혔다.

 

  한편 센트럴 퀸슬랜드대학 관계자는 살렘 씨가 유난히 많은 진단서를 발급한다는 사실을 대학 측이 미처 알지 못했다며, 그러나 의사가 유효한 진단서를 발급하면 “우리는 그들의 전문적인 소견을 받아들인다”고 말하고 언론 보도내용을 검토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