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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를 잘하려면.....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2. 26. 17:39
영어를 잘 하려면 - 주간조선 기사(1)
황영기 삼성투신운용 대표는 재계에서 부드러우면서도 고급스런 영어를 구사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한때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통역을 맡았을 정도다. 서울대 무역학과 재학시절 과대표를 지냈던
황 대표는 그때 경험부터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처음 미국인과 대면한 것은 대학 2학년 영어회화 수업시간 때였다. 평화봉사단 출신 미국인
강사의 강의방식은 아주 독특하고 재미있었다. 개강 첫날 ‘I wanna live I wanna give ~’로 시작되는
닐 영(Neil Young)의 ‘Heart of Gold’란 노래 가사를 소개하며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닌가. 원래
팝송을 좋아하던 나로서는 아주 마음에 드는 수업방식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며칠 후 일어났다. 당시로서는 생소한 수업방식에 불평을 가진 일부 학생들이 당시
과대표였던 나에게 ‘수업방식 개선에 대한 의견을 전달하라’는 것이 아닌가. 하루 저녁 내내 끙끙거리며
해야 할 얘기를 영어로 적어 외우고 또 외었다. 다음날 그 강사의 방문 앞에서 두근거리던 심장 소리가
지금도 다시 들려오는 듯 하다. 진땀을 흘리며 설명하는 내 말을 들은 뒤 그 강사가 싱긋 웃으면서
한 첫마디는 ‘You speak good English!’였다. 그 말을 들은 후에야 비로소 마음이 가라앉으며
그 강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있었다. 그것이 내가 난생 처음으로 대한 외국인의 눈이었다.
내가 중학교 때 좋은 영어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이 선생님은 영어 교과서를
무조건 통채로 외우도록 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는 꼭 두세명씩을 교단 앞으로 불러내 외운 것을
큰 소리로 복창하도록 시켰다. 그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영어는 무조건 문장을 통채로 외우고
큰소리로 말하기를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도움이 된 것은 중학교 시절부터 일찍 팝송에 눈을 떴다는 것이다. 팝송이 미치도록 좋아서
엘비스 프레슬리나 클리프 리차드 등의 노래 가사를 구해 사전을 찾아가며 따라 부르고 또 불렀다.
‘Oh, darling, will our love be like an evergreen tree ~’ 아직도 잊혀지지 않고 쉽게 가사가 떠오른다.
젊은 날의 감성을 자극했던 팝송의 멜로디와 가사에 대한 애정은 고등학생이 되면서 더욱 깊어져
웬만한 팝송 가사는 끝까지 줄줄이 꿰뚫게 되었다. 그 덕분인지 문법책을 파고들지 않고도 팝송에서
익힌 감만으로도 영어시험을 꽤 잘 보곤 했다.
이렇게 익힌 나의 어설픈 영어가 진짜 고생한 것은 런던정경대학(LSE) 유학시절이었다. 런던대학은
영어가 공용어인 인도, 호주, 나이지리아같은 나라의 유학생과 유럽 유학생들이 섞여 있다. 수업시간
마다 해괴망측한 발음으로 벌어지는 난상토론을 처음에는 이해할 수도, 따라갈 수도 없었다. 날밤을
새며 예습해간 날이면 그나마 조금 끼어 들었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말 한마디 못하곤 했다. 그렇게
석달이 지나서야 간신히 의견을 발표할 수 있었다.
그때 경험은 나의 영어공부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뭐니 뭐니 해도 영어실력이 가장 확실하게 느는 길은 영어로 먹고 사는 것이다. 나의
경우 업무상 영어를 많이 쓰는 일을 주로 하게 되어 어쩔 수 없이 영어자료나 잡지를 많이 보게 되고,
많이 보다 보니 세련된 영어 단어와 문장을 쓰고 듣고 말할 기회도 많았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영어는 학문이 아니라 습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어는 어려서 배울수록
유리하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배울 때 집중해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루에 1시간씩
1년간 하는 것보다 하루 18시간씩 20일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리고 꾸준히 점진적으로
실력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계단식으로 점프하듯 향상되는 속성이 있다. 그러므로 성과가 없다고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어느날 갑자기 실력이 늘어난 것을 깨닫게 된다. 또한 한국말 표현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상황에 대한 두뇌 회전이 빠르고 적극적인 사람일수록 영어를 잘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것들이 영어 배우기의 주요 특징들이다.
영어 배우기의 왕도는 외국사람과 많이 부딪치는 것이다. 다행히 이제는 자기 하기에 따라 외국인과의
접촉도 쉬워졌다. 외국인을 붙들고 떠들어대다 보면 나름대로 익숙해지고 체계가 잡혀서 자신도
모르게 말문이 트이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는 어린아이가 글자를 모르고도 문장 통채로 말을
배워 나가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많은 사람들은 영어를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는 있어도 말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이는 말할 수 있는
직전의 단계라는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 말을 알아들었다는 것은 그 말에 대해 이야기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단지 영어를 입 밖으로 내뱉는 일만 남은 것이다. 이는 적극성과 실천에 관한
문제인 것이다.
영어를 잘 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면 그 방법을 가지고 너무 고민할 필요는 없다. 당장이라도 ‘
팝스잉글리시’나 ‘드라마를 통한 영어학습’, 또는 ‘아리랑채널’ 등을 열심히 들을 일이다. 이 과정을
통해 어느 정도 들린다고 생각되면 유창한 영어를 할 준비가 절반쯤은 끝난 것이다. 그 후에는
무교동 실비집에서 낙지볶음을 사주든, 포장마차에서 「꼼장어」를 사주든 외국인을 친구로 만들어
보라. 시시콜콜한 개인적인 얘기부터 다소 심각한 남북문제에 이르기까지 염치와 체면을 불구하고
횡설수설 떠들어 대는 일만 남은 것이다.
"None but the brave deserves the fai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