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아시아 이민자의 증가와 삶의 질
알 수 없는 사용자
2008. 2. 26. 14:32
[시드니에서 본 세상인식] 아시아 이민자의 증가와 삶의 질 |
![]() 6%라면 아직도 미미한 비율로 느껴진다. 하지만 아시아인들은 대도시에 모여 살뿐만 아니라 백인과는 눈에 띄게 다른 외모 때문에 실제보다 많아 보인다. 시드니의 차이나 타운과 카브라마타와 뱅스타운의 월남 상가는 말할 것 있나. 노스쇼와 시드니 일원 워터프론트에 비하여 주택 값이 싼 허스트빌, 이스트우드, 뱅스타운, 리드콤, 파라마타 등 남서부 지역에 가보면 여기가 과연 백인의 나라인가 묻게 된다. 여담이지만, 이민 관련 문헌을 보면 정체성 위기(identity crisis)의 문제가 약방의 감초처럼 늘 나타난다. 백인 사회에서 자라는 유색 인종 자녀들이 갖는 ‘나는 누구인가’의 고민이다. 지역에 따라서는 유색인이 백인보다 많은 지금 정체성 위기는 낡은 패러다임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샐러드 볼 이론 아시아인의 비율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호주가 매년 받는 이민의 반 이상이 아시아계이다. 호주는 분명 앵글로 색손 주류 문화가 지배하는 나라다. 학자들은 이민자들이 이 지배 문화에 섞여 흡수되는 과정을 용광로(melting pot)와 샐러드 볼 (salad bowl)과 같은 말로 묘사하면서 안일하게 대해왔다. 그런데 요즘 이 주류문화가 얼마나 오래 갈지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 많다. 이민자들이 가져오는 이질 문화들이 주류 문화로의 흡수가 아니라 충돌을 일으키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요즘 퓨전 푸드(fusion food)란 말이 잘 쓰인다. 퓨전이란 합성한다는 말이다. 여러 나라의 음식 메뉴가 결합한 결과 새롭고 다양하고 풍요롭게 됐다는 뜻이다. 그전에도 호주는 이민자들이 가져온 다양한 에쓰닉 푸드 (ethnic food)를 다문화주의의 자랑으로 내세웠었다. 불행하게도 이질 문화간의 퓨전은 이질 음식간의 퓨전처럼 그렇게 간단하고 좋은 것 같지 않다. 호주 사회의 정체성과 가치관의 변질을 의미하는 호주 지배문화의 와해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게 왜 안 좋은가 아래 두 가지를 사례를 들어 말해보고 싶다. 나빠진 호주 운전 매너... (1) 내가 처음 호주에 왔을 무렵 여기 시드니 한인성당에는 한국에서 근무하다 온 Noel Connolly (한국명 노기남) 신부가 있었다. 성당을 나가는 친구 집에서 처음 알게 됐지만 나중에 맥콰리대학 강의실에서 같은 학생으로 만나 더 친하게 됐다. 하루는 같이 길을 걷게 됐다. 내가 도보자 우선 횡단로(pedestrian crossing, 얼룩말처럼 흑백 줄로 표시됐다고 해서 zebra crossing이라고도 함) 앞에서 달려오는 차를 보고 내가 멈칫 서자 너무 우습다는 표정이었다. 운전수를 못 믿는 한국 식이라는 뜻이다. 25년 전의 얘기다. 그런데 요즘은 어떤가? 호주도 한국을 닮아간다. 부자들이 모여 사는 고급 동네는 모르겠다. 이스트우드 만해도 도보자 우선 횡단로를 맘놓고 건너다가는 큰 일 난다. 불과 몇일 전에도 그랬다. 내가 이미 건너기 시작하는데 차가 다가오길래 손짓을 하며 항의를 하니까 운전자는 오히려 손을 버쩍 들며 기가 막힌다는 제스처다. 차 안을 보니 40대의 아마도 중국인 같은 아시아인이었다. 호주에서 특정 인종을 들어 사건을 거론하는 것은 금기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사실은 사실이니까. 이런 규정 위반 운전자들의 10중 8은 유색 이민자들이다. 그러다 보니 토박이 백인들의 운전 매너도 나빠지고 있다. 백인 가운데도 그런 운전을 하는 사람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한 지금 같지는 않았다. 호주를 처음 방문하는 한국인들은 번화한 시가에서 호주인들이 신호등이 없는 길 거리를 자동차를 피하여 적당히 넘어가는 것을 보고는 놀란다. 영어로 이른바 Jay walking이다. 왜 여기서는 이런 도로 횡단이 일반화되어 있는지 잘 모르겠다. 고속도로가 아니라면 대체적으로 호주 시가의 도로는 좁아 옆을 잘 보고 건너면 위험하지 않아 그런 관행이 생긴 것 아닌가 한다. 이런 예외를 빼고는 운전자들의 운전 매너는 한국과는 비교가 안됐었다. 이제 서서히 악화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2) 이민자, 그 가운데도 기술 이민자가 늘어난 결과 민원 관련 행정 부서, 은행, 병원, 건강 검사 센터, 우체국 등에 아시아계 젊은이들의 진출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시드니의 경우 병원 간호사, 센터 링크, 은행원, 우체국 창구에 앉은 직원 5명 중 3명은 아시아계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내 경험으로는 이들이 영어가 약한 아시안 이민자를 무례하게 대하는 사례가 주류의 백인들에 비하여 훨씬 많다. 60년대에 처음 홍콩에 가보고 거기 공직자들의 무례한 영어와 태도에 놀랐었다. 이런 지역에서 온 사람, 권위주의적 문화에서 자라서 온 이민자 공직자들에게는 공복(公僕. Public servants)이라는 관념이 희박하다. 고객의 말은 잘 들으려고 안하고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지시만 하려한다. 이들도 이민 초기에는 설움을 받았을테니 고생한 시어머니가 며누리에게 더 못되게 구는 것과 같다. 거기다가 영어도 고급 수준이 못되니 더 그렇게 되는 것이다. 인도인들도 대개 그렇다. 캐스트(cast system)라고 불리는 계급 사회에서 자란 이들도 민주주의 사회의 사람들과 다르다. 호주에 온 아시아 이민자들이 대부분 그런 문화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다. 여러 가지 경험을 했지만, 두 가지만 사례로 들어보겠다. 최근 중국계가 많은 상가 지역 검사소에 울트라 사운드(ultra-sound scanning ) 테스트를 받으러 갔었다. 담당자는 몸이 조그마한 중국계나 필리핀계로 보여 나는 좀 걱정을 했다. 내 걱정은 적중했다. 중국인 경영 우체국 검사실에 앉자마자 그녀는 과거에도 테스트를 받았느냐고 묻는다. 다른 곳에서 했다고 하니까 왜 그 필름을 안 가져왔느냐고 묻는다. 몰랐다며 다음 번에는 가져 오겠다고 하는데도 같은 말을 서너 번 되풀이 하는 데 태도가 고약하다. ‘숨을 들이 마셨다가 내쉬어라’는 영어로 Breath in, breath out이다. 이 말을 되풀이 하는데 대부분 호주 사람들처럼 부드럽지를 않고 차고 퉁명스럽다. 테스트를 마치고 의사에게 제대로 됐는지 확인해보고 오겠다고 나가면서 굳이 벗은 윗도리를 입지 말라고 고집하는 것이다. 그대로 따르면 되겠지만, 안 해도 별 문제는 없는 일이었다. 필요하다면 윗도리를 다시 벗는 일은 10초도 안 걸리는 일이었다. 더욱 잘못되어 다시 할 확률은 적은 상황이었다. 그 전에도 해봤지만 그런 걸 가지고 고집하는 백인 기술자는 못 봤다. 또 전에 찍은 필름을 가져와야 한다면 예약을 받는 단계에서 주의를 주었어야 할 일이 아닌가. 이런 실랑이를 하기는 참 피곤하다. 두 번째 좋지 않은 경험도 최근에 있었다. 프랜차이즈로 중국인이 운영하는 우체국인 듯 싶다. 4명 직원 중 3명이 중국계였는데 내 차례에 중국계 여성이 걸렸다. 오래 전에 사놓은 45센트 국내 우표가 있어 미국에 가는 편지 봉투에 두 장, 한국에 가는 봉투에 각각 두 장을 붙여놓은 것을 보이며 모자라는 만큼 우표를 달라고 했다. 우려대로 태도가 좋지 않았다. 귀찮다는 얼굴로 계산기로 계산해서 급히 내준 우표들이 서로 섞였다. 구석에 가서 붙이자니 구별이 잘 안되었다. 다시 카운터에 가서 추려보니 10센트 짜리가 하나 있었는데 없어졌다고 한다. 아무쪽을 봐도 10센트 짜리가 떨어져 있지 않다. 10센트를 더 주고 갈피를 잡아 달라고 했지만 여간 불쾌한 것이 아니다. 10여년 전 만해도 우체국에 가 백인 직원을 만나면 이럴 경우 봉투 하나하나에다가 작은 글씨로 액수를 적어 주면서 우표를 내주던가, 자기가 직접 붙여주는 것이 보통이었다. 믿어주어야 하는데... (3) 서양 사회는 남을 믿어주는 사회라고 한다. 이민자들에게 지금 호주가 그런 사회인가? 약 20년 전, 법원에서 주차 위반 혐의로 출두하라는 쪽지가 날라왔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벌금 딱지를 못 받아 그렇게 된 것 같다. 내가 주차 위반을 한 것은 기차 스트라이크가 있던 날이다. 보통 그런 날에는 주차 금지 구역에도 예외가 된다고 믿고 위반을 하게 됐던 것 같다. 법원 간이 재판정에서 내 차례가 와 그대로 상황 설명을 하니까 판사 왈 좋다며 그냥 가라고 한다. 요즘 같으면 그게 통할까 생각해본다. 나는 지하철 기차를 타고 다니면서 어쩌다가 잊어버리고 표를 안 사거나, 때로는 표를 샀는데 기차 안에서 없어지는 수가 있다. 그럴 때 검표원에 걸리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본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면 그대로 믿어주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의심의 눈초리라면 방법이 없는 것이다. 30년도 더 된 과거 얘기다. 국경인 나이아가라 폭포 지역을 거처 뉴욕주에서 캐나다로 들어가는데 캐나다 쪽 세관원은 백인들에 대하여는 ‘하이, 존’ 또는 ‘데이비드’ 라고 인사하면서 무사 통과시키는데 유색인에 대하여는 여권과 보따리를 철저히 점검하는 것이었다. 불법 입국자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호주에서 똑 같은 신세가 된 게 아닌가. 결혼에 의한 이민 신청을 심사하는 이민성 직원, 상해 보험 신청을 심사하는 보험 회사 직원이 일단 고객을 의심하여 보고, 정부 기구와 단체에 제출하는 각종 민원 서류를 액면 그대로 믿어주지 않으며, 또 이민자가 이민자를 학대하는 식이라면 호주에서의 우리의 삶의 질은 계속 저하되게 마련이다. 복합 인종 국가인 호주에서 여러 이민자 커뮤니티 간 협력과 조화가 강조되어 온지 오래다. 과거 일부 한인 회장들은 타 커뮤니티 지도자들과의 긴밀한 접촉을 업적으로 삼았었다. 앞으로는 그런 자리와 기회가 만들어진다면 이민자들이 호주에 가져오는 보편 타당한 가치와 문화가 무엇이며, 이민지가 이민자를 더 골탕 먹이는 일은 없는지 긴급 아젠다로 내놓아야 할 것이다. |